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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소울즈 포스트모템 (1)

안녕하세요, <호텔 소울즈>의 아트(와 기획, 그리고 기타 게임 개발의 자잘한 다른 일들을 눈눈과 함께)를 맡은 토트입니다. 오늘은 짧은 포스트모템을 통해서 <호텔 소울즈>의 아트워크와 디자인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적어볼까 합니다.

<호텔 소울즈>의 아트워크를 디자인하면서 제가 목표했던 것은 첫 번째로 '확실한 특색이 있어 기억에 남을 아트워크를 만들고 싶다' 였고, 두 번째로는 '<호텔 소울즈>라는 게임의 분위기가 시각적으로 가장 잘 드러나는 방법을 쓰자' 였습니다. 이 두 가지 목표가 합쳐져 현재의 <호텔 소울즈>의 아트워크가 탄생했습니다. 이런 목표 아래에서 사용한 시각적 요소도 몇 가지 있지요. <호텔 소울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시각적 요소는 ‘디졸브 효과’입니다.
디졸브는 디더보다 더 거친 느낌을 주는 효과입니다.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나기 때문에 단점 또한 있지만, 빈 공간을 밋밋하지 않게 채워주는 장점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애용하는 효과이기도 합니다. 흩어지는 느낌의 디졸브는 낡고 오래되어 금방 사라질 것 같은, 미스테리가 숨어 있는 호텔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좋은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에, 호텔 내부의 캐릭터들은 이러한 디졸브 효과가 적용된 배경, 오브젝트와 대비되도록 귀엽고 동글동글합니다. 호텔의 직원들과 주인공의 귀여운 비주얼은 게임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해소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이런 대비는 <호텔 소울즈>의 주제의식과도 맞물리는 부분이 있기에, 캐릭터들의 형태과 애니메이팅은 언제나 최대한 귀엽게 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캐릭터들의 표정을 그릴 때가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 나네요.

<호텔 소울즈>의 전반적인 오브젝트와 캐릭터들은 흑과 백의 색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흑백을 제외한 색상은 맵의 배경에서만 층 구분을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지요. <호텔 소울즈>의 메인 화면과 스팀스토어에 쓰이는 배너 등에서도 항상 같은 색상이 사용됩니다. 대부분 어두운 밤의 느낌을 주는 차가운 색상들입니다.
(여담으로, 호텔의 디자인에는 1909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는 '스탠리 호텔'이 참고가 되었습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 '샤이닝'의 배경이 되었다고 하네요.)
<호텔 소울즈>의 아트워크는 뚜렷한 시각적 특색을 가지고 있고, 이런 방식에는 단점도 물론 있습니다. 아무래도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겠지요. 그러나 그런 단점은 사실은 <호텔 소울즈>를 표현하는 데 꽤 적절합니다. <호텔 소울즈>는 결국 이상하고 무서운 비밀이 담긴 호텔의 이야기니까요. 이런 <호텔 소울즈>의 아트워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항상 행복한 마음입니다. 추가로, 제 특이한 아트워크를 살리기 위해 헌신해준 눈눈이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다음 포스트모템에서는 조금 더 개인적으로 느낀 점과 세세한 이야기들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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